​빌딩숲의 천이 (컬쳐인시흥 칼럼) > 환경교육 칼럼

본문 바로가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

환경자료실

환경교육 칼럼

환경보전교육센터 공간입니다.

​빌딩숲의 천이 (컬쳐인시흥 칼럼)

페이지 정보

작성자 EPEC 댓글 0건 조회 4,936회 작성일 21-01-10 17:40

본문

​빌딩숲의 천이



- 환경보전육센터 이용성 소장



생명을 키우고 그들을 보듬어 가는
자연의 천이.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커 나간다.

그것이 자연이 가지는 힘. 천이다.


자연의 숲에만 있는 줄 알았던 천이.
이제는 도시를 메운 빌딩숲에서도 찾아진다.


그런데 빌딩숲은
생명과 도시를 먹어 삼키며
거꾸로 된 천이를 보인다.


자연의 공간을 쓰러트려 태어난 도시.
그곳은 오로지 한 종의 생명만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다.
사람은 자연을 덮고 생명의 흔적을 없앴다.
빌딩숲의 천이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연의 천이는 어떤가?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생명이 담아지는 게
자연 속 천이의 시작이다.


맨 땅을 딛고 일어선 작은 풀은 작은 나무로,
작은 나무는 큰 키 나무로,
큰 키 나무는 서로 도와가며 더 큰 숲을 만들고
그 안에 생명을 담는다.


자연의 숲은
커가는 과정에서 더 큰 생명의 공간을 만든다.
이게 자연의 천이가 안고 가는, 배려와 넉넉함이다.


결국 사람만이 남은 도시는
생명과 도시를 삼켜 버릴 빌딩숲을 키워냈다.


방 한 칸에 의지해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들은
빌딩숲의 어두운 그늘 사이로 사라졌고,
언덕 위 작은 집과 낮은 건물들도 모두 사라졌다.


빌딩숲은 그렇게 도시를 먹어 삼켰다.
빌딩숲은 그전에 있던 그 무엇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연 숲의 천이는 마지막도 배려의 연속이다.


오래된 숲에 자연스런 화재가 발생하면
다시 맨 땅에 작은 풀들이 축제를 연다.


자연의 천이는 결국 새로운 생명을 위해
누렸던 모든 것들을 내려 놓고
처음을 장식했던 그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넘겨준다.


그리고 새롭게 천이를 시작한다.


도시의 빌딩숲이,
삼켰던 모든 것들을 내뱉으면
도시의 천이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삭막한 빌딩숲이 자라는 도시가 아닌
생명을 담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도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빌딩숲 천이의 마지막 단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