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탄소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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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87,478회 작성일 13-02-16 17:57본문
우리집 탄소 다이어트
환경보전교육센터 환경교육 활동가 - 이은실
“3월 반상회를 은지네집(1208동 504호)에서 3월 8일(일요일) 오후 5시에 가져갈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파트 현관 입구에 붙여 있던 반상회 알림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작년 12월에 아파트를 분양 받고 처음 갖는 반상회이다. 반상회라……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에 엄마를 쫓아갔던 반상회에는 이웃 간에 정이 있었다. ‘누구네 아무개가 장가를 가더라’, ‘동네 골목길 대청소는 언제할건지’ 등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웃 서로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늘 관심 가져 주고 서로 도와주는 이웃 간의 정이 있었다.
어느덧 5시가 가까워져 반상회가 열리는 집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갔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반상회를 시작하였다. 오늘의 안건은 지하 주차장 전면주차 건과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파트 입주 후 ‘나 하나쯤’ 하는 생각으로 쓰레기를 몰래 갔다 버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쓰레기 처리 비용을 주민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환경교육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마을 주민들은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다는 게 싫다는 분위기였다. 반상회에 앉아 이런 저런 씁쓸한 생각을 하는 도중 며칠전 잠깐 모임에 나갔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오던 길에 보였던 아파트 지붕의 파란색 등이 생각나서 이때다 싶어 반상회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사실로 파란색 등은 아파트를 외부에 알리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더 예뻐 보여야 아파트값이 올라가니 어쩔 수 없이 밤새 불을 켜놓고 아파트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걸 문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의 지나친 에너지 소비와 자원 남용이 가져온 지금의 환경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계기가 필요해 보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남겨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뀔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예뻐 보이고 아파트값을 올려 줄 파란색 등보다는 옥상녹화로 자연의 초록빛이 감도는 옥상을 만들고, 집집마다 형광등을 켜는 대신 하루 정도는 캔들나이트를 가지며 환경을 생각하고 가족간의 대화시간도 만드는, 그리고 차를 타고 휘트니스센터를 가는 대신 ‘아파트를 걷는 모임’을 통해 아파트 내에서 자연스런 친환경 생활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빠름과 편안함만 추구했던 우리의 삶을 조금은 여유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일주일 중 하루는 아파트 곳곳에 촛불이 겨지며 에너지를 절약한다면,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아파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날 반상회의 성과로 우리 아파트의 파란색 등이 전체 4개동에서 2개동으로 줄여졌다. 이건 시작이다. 앞으로 반상회에 열심히 참여하며 모두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생각이다. 요즘 우리집에는 가족 모두 각자 두 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한 마리는 에너지 절약으로 모은 돈을 모이로 주는 돼지이고, 다른 한 마리는 일을 해서 번 돈의 일부를 모이로 주는 돼지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밤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한 방에 모여 지내고, 스스로 집안일을 거든다. 남편은 밖으로 새어나가는 전기 점검을 담당하고, 나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분리배출은 철저히,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 운동을 가족 모두가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돈은 각자의 돼지에게 모이로 준다. 돼지 배가 빵빵한 날 환경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가족 모두가 약속했다. 이러한 우리 가족의 작은 실천이 내가 살고 있는 초록지구가 행복해지는데 밑걸음이 되면 좋겠다.
2009년 3월. 환경일보
환경보전교육센터 환경교육 활동가 - 이은실
“3월 반상회를 은지네집(1208동 504호)에서 3월 8일(일요일) 오후 5시에 가져갈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파트 현관 입구에 붙여 있던 반상회 알림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작년 12월에 아파트를 분양 받고 처음 갖는 반상회이다. 반상회라……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에 엄마를 쫓아갔던 반상회에는 이웃 간에 정이 있었다. ‘누구네 아무개가 장가를 가더라’, ‘동네 골목길 대청소는 언제할건지’ 등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웃 서로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늘 관심 가져 주고 서로 도와주는 이웃 간의 정이 있었다.
어느덧 5시가 가까워져 반상회가 열리는 집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갔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반상회를 시작하였다. 오늘의 안건은 지하 주차장 전면주차 건과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파트 입주 후 ‘나 하나쯤’ 하는 생각으로 쓰레기를 몰래 갔다 버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쓰레기 처리 비용을 주민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환경교육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마을 주민들은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다는 게 싫다는 분위기였다. 반상회에 앉아 이런 저런 씁쓸한 생각을 하는 도중 며칠전 잠깐 모임에 나갔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오던 길에 보였던 아파트 지붕의 파란색 등이 생각나서 이때다 싶어 반상회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사실로 파란색 등은 아파트를 외부에 알리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더 예뻐 보여야 아파트값이 올라가니 어쩔 수 없이 밤새 불을 켜놓고 아파트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걸 문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의 지나친 에너지 소비와 자원 남용이 가져온 지금의 환경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계기가 필요해 보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남겨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뀔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예뻐 보이고 아파트값을 올려 줄 파란색 등보다는 옥상녹화로 자연의 초록빛이 감도는 옥상을 만들고, 집집마다 형광등을 켜는 대신 하루 정도는 캔들나이트를 가지며 환경을 생각하고 가족간의 대화시간도 만드는, 그리고 차를 타고 휘트니스센터를 가는 대신 ‘아파트를 걷는 모임’을 통해 아파트 내에서 자연스런 친환경 생활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빠름과 편안함만 추구했던 우리의 삶을 조금은 여유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일주일 중 하루는 아파트 곳곳에 촛불이 겨지며 에너지를 절약한다면,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아파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날 반상회의 성과로 우리 아파트의 파란색 등이 전체 4개동에서 2개동으로 줄여졌다. 이건 시작이다. 앞으로 반상회에 열심히 참여하며 모두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생각이다. 요즘 우리집에는 가족 모두 각자 두 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한 마리는 에너지 절약으로 모은 돈을 모이로 주는 돼지이고, 다른 한 마리는 일을 해서 번 돈의 일부를 모이로 주는 돼지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밤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한 방에 모여 지내고, 스스로 집안일을 거든다. 남편은 밖으로 새어나가는 전기 점검을 담당하고, 나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분리배출은 철저히,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 운동을 가족 모두가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돈은 각자의 돼지에게 모이로 준다. 돼지 배가 빵빵한 날 환경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가족 모두가 약속했다. 이러한 우리 가족의 작은 실천이 내가 살고 있는 초록지구가 행복해지는데 밑걸음이 되면 좋겠다.
2009년 3월. 환경일보